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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결혼이야기(2019)

참잘했을까요? 2021. 9. 5. 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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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야기? 이혼이야기?
<어바웃 타임>이 결혼하고 싶어지는 영화라면, 단연코 <결혼이야기>는 결혼하고 싶어지지 않는 영화라 할 수 있다. 영화는 부인과 남편이 서로의 장점을 이야기하며 막을 올린다. 하지만 행복했던 것만 같은 그들은 이제 이혼을 하려 하며 극이 진행된다.
남편과 아내는 분명 서로를 사랑했다. 그리고 이 둘 사이에는 소중한 아들도 하나 있다. 아들을 위해서, 서로를 사랑했던 시간들을 위해서 그들은 원만히 이혼을 하기로 결정했지만 이혼 과정은 그리 녹록치 않다. 결혼은 이혼에 비하면 정말이지 쉽게 이루어지는 것이었다. 부부가 변호사를 선임하기 시작하며 점차 애틋했던 초반 분위기는 사라지고 치열한 법정 싸움이 시작되게 된다. 영화 내내 나는 맞아 이건 부인 입장도 이해가 되, 하다가 이어서 아무리 그래도 남편이 너무 안됐어, 하며 이리저리 흔들렸다.
문득 지난 연애들이 떠올랐다. 대부분의 흔한 이별은 더이상 사랑하지 않는 것이 본질적인 이유였겠으나, 이혼의 법정공방처럼 누가 더 잘못했는가,로 다투게 되는 순간이 시작이었던 것같다. 서로의 장점을 읊던, 눈을 마주치며 사랑스럽게 볼을 부비던 부부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서로의 단점만을 부각하고 어떻게든 더 나쁜 사람인 것처럼 만드는 대화는 피곤했고 마음이 저렸다.
결혼을 하고 행복한 가정을 꾸린 그들은 연애와 달리 관계가 이리저리 얽혀 있다. 특히, 두 부부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아들과의 관계가 대표적이다. 때문에 '우리 이제 헤어져!'라는 진부하나 강력한 한 마디로 관계를 정리할 수가 없다. 그들은 비싼 수임료를 지불해서, 증거물을 모아서, 법정에서 관계를 정리해야만 하는 처지다. 가장 사랑했기에 결혼을 했을 터인 그들의 관계가 이혼으로 가장 지저분하고 고통스럽게 끝나가는 것은 보는 이로 하여금 결혼따위 역시 미친짓이야! 를 외치게 만든다.


서운하고 소중한 시간들에 대하여.
영화는 이혼의 과정을 겪으며 부부가 어떤 결론을 내는지, 어떻게 다시 좋은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지를 보여 준다. 물론 보는 이에 따라 좋은 관계라고 할 수는 없겠으나 적어도 내게는 애틋함이 남는, 그럼에도 함께했던 시간에 대한 존중과 예의를 '합의'한 관계라고 생각했다.
사랑했음에 상처는 어쩔 수 없다. 물론 <어바웃 타임>처럼 그리하여 부부는 행복하게 알콩달콩 살았답니다! 하면 좋겠지만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때론 나와 다른 세상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또 서운하게도 시간은 사랑할 수 있었던 그 때를 지나 더이상 사랑할 수 없는 지금에 이르게 하기도 한다. 정말 누군가를 깊게 사랑해본 사람들만이 가진 성숙함이란 속절없는 시간의 엄숙함을 바탕으로 지금을 소중히 여기는 자세가 아닐까.
이별이 괴로운 것은 사랑했던 시간들이 부정당하는 느낌 때문일 것이다. 마치 그 때의 황홀했던 순간들이 모두 한낱 신기루였던 것같은 기분. 하물며 이혼은 어떠한가. 영화 속 부부는 분노로 끓어오르기도 하고, 눈물의 주체하지 못하며, 공허한 눈빛으로 방을 배회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이 사랑했던 시간들, 그리고 그들이 사랑하는 아들은 절대 없어질 수 없는 종류의 것이다. 때문에 이혼이 마무리되자 내가 어느 쪽을 응원했든(사실 응원한 쪽이 없었지만) 부부에게선 승자의 성취감도, 패자의 좌절감도 찾아볼 수 없다. 그저 어딘가 애틋하면서도 공허해보이는 눈빛만이 화면에 잡힌다.
시간은 다시 또 흐르고 부부는 아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형태의 가족으로 남게 된다. 포옹을 나누고 돌아서는 마지막 장면은 영화 내내 상처났던 마음을 달래주는 듯했다. 아름다운 이별이 어디 있으랴만은 소중했던 시간이 있었으니 상처는 시간이 어떻게든 해결해줄 것이다. 이제 영원한 건 없다는 걸 아는 어른이 되었지만, 다행인 것은 변하는 것들에 서운하더라도 분명 소중한 시간은 매순간 찾아오고 있다는 걸 아는 어른이 되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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