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e
[생각] 화장 - 김훈 (2004 이상단편문학상 수상) 본문
https://www.dba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8174
내가 뭘 본거지? 이처럼 삶과 죽음을 건조하게 표현할 수 있는 작품이 또 있을까? 삶에 대한 예찬도 아니며 죽음에 대한 존중도 하나도 찾아볼 수가 없다. 비극 그 자체인 소설. 언뜻 카뮈의 이방인이 떠오르는데 그보다 천박하고 적나라하고 건조하다. 어찌보면 죽음 그 자체 앞에서 도망치고 싶어하는 한 인간을 보여주는지도 모르겠다.
이 소설에서는 생동감 넘치는 삶으로 대표되는 추은주와 무엇보다도 메마르게 대비되는 암투병 아내가 대비된다. 표현 하나는 기가 막힌다. 보는 내가 숨이 막힐 정도로.
이 소설을 읽고 기분이 좋지 않은 까닭은 삶과 죽음을 대하는 태도가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다. 아내를 사랑하지 않는 남편. 외도하는 남편. 따위에 비극이라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삶은 죽음으로 비로소 완성된다. 우리는 죽음을 향해 멈추지 않는 기차처럼 째깍째깍 달려가고 있음을 기억할 때 삶은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다. 때문에 내게 죽음이란 언제나 존엄한 것이고 그에 마땅한 존중이 필요한 것이다. 아무리 천박하고 추하다 할지라도.
삶은 예측불가능하며 희극과 비극이 공존한다. 세상에 절대적인 불변의 진리 따위는 없다. 따라서 우리는 언제나 자신만의 진리를 세워두어야 그저 부유하는 먼지에 불과하지 않을 수 있다. 죽음은 추하고 적나라하지만 소설 속 종양이 삶의 일부이듯, 빛이 있다면 뒤에 그림자가 있듯, 양면성과 아이러니를 받아들이고 이를 엄숙하게 그리는 이야기를 나는 사랑한다. 소설은 유명한 만큼 내 기분을 망쳐놓기에도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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