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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룰루밀러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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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에는 어떤 것들이 이름을 얻기 전까지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는 사상이 있다. 이 사상은 정의, 향수, 무한, 사랑, 죄 같은 추상적인 개념들이 천상의 에테르적 차원에 머물면서 인간이 발견해줄 때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누군가가 그것들의 이름을 만들어낼 때 비로소 존재하기 시작한다고 본다. 이름으로 불리는 순간 개념은 현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실재”가 된다. 우리는 전쟁, 휴전, 파산, 사랑, 순수, 죄책감을 선언할 수 있고, 그렇게 함으로써 사람들의 삶을 바꿔놓을 수 있다
데이비드의 정서적 해부도를 쫙 펼쳐놓고 볼 때 가장 눈에 띄는 원흉은 그 스스로 상당히 자랑스러워했던 두툼한 “낙천성의 방패”가 아닌가 싶다. 데이비드는 “자기가 원하는 것은 다 옳은 것이라고 자신을 설득할 수 있는 무시무시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쓴 루서 스피어는 그가 자기 자신에게 갖는 확신과 자기기만과 단호함이 세월이 흐를수록 더 강화되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자기 길을 막는 모든 걸 뭉개버릴 수 있다고 믿는 그의 능력은 자신의 길이 진보로 이어질 올바른 길이라고 확신하게 되면서 몇 배는 더 커졌다.” 데이비드는 공개적으로는 자기기만을 그토록 공격했지만 사적으로는, 특히 시련의 시기에는 더욱더 자기기만에 의존했던 듯하다. 운명의 형태를 만드는 것은 사람의 의지다. “긍정적 착각은 견제하지 않고 내버려둘 경우 그 착각을 방해하는 것은 무엇이든 공격할 수 있는 사악한 힘으로 변질될 수 있다”고 경고한 그 심리학자들의 말이 옳았던 것 같다.
긍정적 착각은 곧 신념으로 나를 움직이는 동력으로 작동한다. 하지만 때로 이러한 신념은 독선이 될 수 있다. 이야기 속 데이비드 박사는 결국 물고기라는 자신의 신념이 틀렸음을 인정하지 못해 파멸에 이르게 되었다. 나는 어디 한 부분이 무너진 사람처럼 때로 너무나 한없이 바닥으로 굴러떨어지곤 하는데, 무조건적인 옳음이란 사실 존재하지 않는다는걸 너무 늦게 혹은 일찍 배웠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어디 한 곳이 고장이 나고 말아야 배우는 내가 버겁게 느껴지게 만들었던 책이다. 이 감정도 순간에 흘려 보내야 하는데 순간순간들에 지배당하고 마는 나에게 쉽지 않은 일이다.
보다 현명하고 겸손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해야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이미 깨달았으니 노력이라도 해야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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