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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우연이 너를 구원하리니, 매그놀리아

참잘했을까요? 2022. 1. 6.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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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 있음.



오랜만에 영화 리뷰. 러닝타임도 길고, 여러 이야기들이 병렬적으로 나열되는 방식이어서 해석은 다른 글들이 더 많다. 그냥 이건 내 감상.



우리는 과거를 잊지만, 과거는 나를 잊지 않는다.


영화는 퀴즈쇼를 중심으로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들이 펼쳐 진다. 인물들이 서로 아는 사이도 아니고, 같은 사건을 공유하는 것도 아니어서 처음엔 정신 바짝 차리고 봐야 했다. 비슷한 장소에서 각기 다른 삶을 살아가는 인물들의 공통점을 꼽자면 과거에 대한 회한, 증오들이다. 대체적으로 아버지들이 문제인데, 이걸 문제삼고 있는 영화는 아니니 의미두지 않는 것이 좋다.


상처받은 경험은 누구나 있다. 그런데 과거의 상처가 여전히 나를 옭아매고 있다면? 퀴즈쇼의 프로듀서 얼과 그에게 버려졌던 아들 프랭크. 또, 아버지에게 성추행을 당해 마약에 빠진 클라우디아와 그의 아버지, 퀴즈쇼의 진행자 지미. 연전연승을 하지만 아버지에게 학대당하는 어린 스탠리. 부모에게 사랑받지 못했던 퀴즈왕 도니. 어쩜 이렇게 다들 하나같이 사랑받지 못한 유년기를 보냈는지, 그들은 사랑 대신 증오에 사로잡혀 자기파괴적인 행동을 반복한다. 극 중 도니의 말이 아마 이 인물들의 행동을 다 설명하는 것같았다. 내 안에 이렇게 사랑이 많은데, 그걸 어떻게 주어야할지 모르겠어요.


우연이 너를 구원하리니.


정작 그들에게 잊지 못할 상처를 남겼던 아버지들은 끝끝내 사과하지 않는다. 미련과 후회에 사로잡혀 살지만 그걸 회복할 방법을 찾지 못한다. 다만, 인물들의 곁에는 평범하고 선한 사람들, 사랑 가득한 사람들이 있다. 경찰관 짐, 간호사 필이 대표적 인물인데 완벽히 선한 사람은 아닐 지라도 연민의 마음으로 그들의 곁을 지킨다.


과거의 상처는 필연이 아니었을 것이다. 삶의 굴곡은 때로 불현듯 찾아오고 그건 내 의지대로 어찌할 수 없이 무너지게 한다. 우연이 만든 상흔을 필연으로 극복하려 하는 것은 어쩌면 바보같은 행동일 수도 있다. 그럴 수록 과거는 나를 더 깊이 끌어들이니까 말이다. 영화는 진행될 수록 갈등 해결의 실마리는 나타나지 않는다. 점점더 수렁으로만 빠져드는데, 감정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갑자기 개구리비가 쏟아진다. 말그대로 개구리가 내린다.


비록 화해는 없었을 지라도, 개구리비는 인물들에게 과거에 대한 용서의 계기를 만든다. 개구리가 무서워 엄마에게 문을 여는 클라우디아, 나에게 좀더 잘해주세요 라고 말하는 스탠리. 아버지를 만나는 프랭크. 긴 러닝타임 후반부에 갑작스런 개구리비가 처음엔 당황스러웠지만 말도 안되는 우연을 계기로 인물들은 더이상 과거가 아닌 미래를 향해 새로운 시작을 나서게 된다. 어쩌면 살아가며 많은 우연의 상처를 입을, 입은 모든 사람들의 곁에 개구리비가 내리길, 선한 우연이 우리의 과거를 구원하길 바라게 되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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