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e
[군자역 맛집] 텐동한. 튀김덮밥 텐동 전문점. 본문
간만에 군자에 갈 일이 생겼다. 군자역에는 술집이 많은데, 점심에 가게 되었기 때문에 다른 장소를 물색해야 했다.
덮밥을 엄청 좋아하거나, 일본음식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최근 일본식 덮밥집이 늘어나고 있어서 자주 먹게 된다. 수요에 맞추어 공급이 되는 건 아닌 것같다. 나의 수요는 아무도 고려해주지 않는다. 공급에 맞추어 수요가 따라가는 이상한 느낌이 든다.
솔직히 말하자면 텐동이 뭔지 몰랐다. 텐동이 도대체 뭐야?라고 묻기엔 선택지가 부족했고, 뭐든 상관없었으므로 지인의 추천 목록에서 생각없이 골랐고, 메뉴를 보곤 조금 당황했다. 아나고(뭔지 몰랐는데 나중에 나오는걸 보니 장어인 듯하다.), 새우, 전복, 오징어, 단호박, 김 ?? 저 모든걸 올린 덮밥이라고 ? 끔찍히 비린 조합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친구가 아나고를 골랐기 떄문에 나도 아나고를 골랐다.
하이볼을 사랑하는데, 하이볼 잔에 사이다를 줘서 기분이 좋아졌다. 최근엔 나이가 들었는지 하이볼 한 잔에도 취기가 올라와서 낮에는 먹기가 힘들다.
텐동이 나오고 나서야 텐동의 정체를 깨달았다. 메뉴에 명시되어 있는 아나고, 단호박 등등을 튀겨 올린 덮밥이라는 뜻이었다. 튀김밥이네, 하고 또 단순하게 생각하고 튀김을 먼저 우적우적 먹으며 튀김 아래의 맨밥은 어떻게 먹지, 간장이랑 섞어 먹나 하는 고민을 하고 있을 즘이었다.
친구가 튀김을 작은 접시에 덜더니 계란을 톡 터뜨리는 것이었다. 이미 텐동을 모른다는 사실을 말하기엔 너무 늦어버려서 (아는 척한 적도 없지만, 모르는 척한적도 없이 시간이 흘러버렸다.) 애써 놀라지 않으며 튀김을 내려놓았다.
계란 반숙과 간장 소스와 유사한 무언가 덮밥소스를 섞으니 밥이 정말 맛있었다. 튀김없이 밥만 먹어도 좋을 것같았다.
튀김도 맛있고 밥도 맛있었지만 아무래도 기름진 음식 + 작은 위장은 다 먹기에 역부족이었다. 반이나 남기게 되어서 속상했다. 소식하는 사람들을 위한 음식점은 정녕 없는 것일까.
아니면 소식가 둘이서 한그릇을 먹어도 괜찮은 문화가 정착되면 좋겠다. 맛있는데 남겨서 속상하다. 아직도 남긴 음식이 생각난다.
그래도 학령기일 때까지는 키즈메뉴를 주문하는 것이 그리 부끄럽지 않았다. 배부른가보네, 혹은 귀엽네 정도로 넘어갈 수 있는 일이었고 주로 우르르 많은 친구들과 몰려다녔기 때문이기도 했다. 친구들과 떼를 지어 다녀도 창피한 것이 아무것도 없었던 시절은 끝나버리고 성인이 되자마자 나는 키즈메뉴가 부끄러웠다.
특히 대학동기들과 점심식사를 할 때가 더욱 그랬는데 대학가의 대부분의 메뉴는 싸고 양이 많았다. 적게 먹는 탓에 남기는 것이 눈치 보였고 다 먹어야 호감을 살 수 있을 것같았고 그랬다. 이런 부분은 학년이 올라가며 점차 줄어들긴 했지만 그때만 해도 큰 고민 중 하나였다.
하지만 좀더 자라 사회인이 되어서는 혼자 먹으면서 키즈메뉴는 더더욱 시킬 수가 없기 때문에 소식하는 사람의 설움은 끝나지가 않는다.
더더욱 슬픈 것은 마른 체형도 아닌 탓에 소식하면서 살이 찌는 혹은 다이어트를 도전하지만 매번 실패하는 사람으로 비춰지기 아주 쉽다는 점이다. 또 구구절절 소식에 관해 늘어놓으면 구구절절한 인간이 되는 점도 슬픈 점이다. 이왕이면 소식가보다 대식가가 훨씬 좋다는 이유를 알 것같다.
아나고텐동은 12,000원으로 저렴한 가격은 아니지만 비싸지도 않은 가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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