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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비엔나 맛집] 카페 자허 - 케이크와 커피

참잘했을까요? 2020. 1. 26. 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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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나에 오면 꼭 가봐야 한가는 카페가 있다고 해서 카페 자허를 찾아갔다. 호텔 자허 밑에 위치한 카페 자허는 데멜이라는 회사와 이 자허토르테 라는 케이크를 놓고 오랜 소송을 했다고 하는데 화려한 도시 오스트리아인 만큼 케이크에도 이야기가 담겨 있는 것이 신기했다.

 

줄을 꽤 오래 기다려야 했는데 충분히 기다릴 만한 가치가 있었다. 달콤한 초코 케이크 안에 새콤한 맛이 났는데 나중에 설명을 들어보니 살구로 만든 것이라 했다. 그 옆의 생크림에 케이크를 찍어먹으면 화려한 내부 장식과 함께 여유로운 황제의 도시라는 생각이 든다.

 

빈 사람들은 멜랑쥐라고 하는 커피를 즐겨마신다고 한다. 달고 고소한 라떼 맛이 났는데 정말 맛있었다. 자허 토르테와는 아인슈페너(우리가 아는 그 비엔나커피)가 잘 어울린다고 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는 멜랑쥐가 훨씬 맛있었다.


커피에 대한 조예가 깊지 않아서 말로 표현하기 쉽지 않지만, 비엔나에 간다면 꼭 아인슈페너, 멜랑쥐, 자허토르테는 먹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비엔나에 산다면 매일매일도 먹으러 오고 싶지만 아마 줄이 길어 포기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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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귀국하고 서울에서 자허토르테를 파는 곳을 발견했다. 자허토르테를 세계로 수출한다더니 서울에서 이렇게 쉽게 발견하게 될 줄 몰랐다. 사실 동네에 있는 카페였는데, 여기서 멜랑쥐도 팔았다. 심지어 내가 먹어본 적이 있기까지 했었다.

그때는 멜랑쥐와 자허가 굳이 먹고 싶었던게 아닌데. 사실 오스트리아라는 나라도 크게 관심이 없었다. 오스트리아에서 궁을 다녀오고 화려한 거리에 앉아서 커피를 마셨던 기억 덕분인지 서울에와서 만난 멜랑쥐는 내 안에서 한껏 품위가 있어졌다.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참 별 것없는 품위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전에는 아무 생각도 없이 그저 역에서 가까워서 먹었던 이름이 조금 특이한 라떼가 이제는 오스트리아의 멜랑쥐의 느낌으로 다가온다니. 너무 달았던 초코케이크가 초코케이크가 아니라 자허 토르테라는 이름으로 다가왔으니 말이다. 

이 케이크도 커피도 변한 것은 없다. 변한 것은 내 인식일 뿐이다. 그러고보면 내 인지능력이라는 것도 참으로 얄팍하기 그지 없다.

그래서 문득 본질이란 무엇인지 다시또 생각에 빠지곤 한다. 이리저리 내가 알고 있는 이 초코케이크와 커피를 뜯어보며 얘가 가진 본질은 무엇이지? 이미 100년이나 지나버린 과거의 역사가 비추는 후광을 걷어내고, 쉽게 가기 어려운 서구권이 가진 프리미엄을 걷어내고, 개인적 경험 속에서 세워진 카페가 가진 환상을 걷어내고 나면, 뭐가 남지?

커피 하나를 놓고 이런저런 공상에 잠기다 보면 참, 여유롭고 쓸데없다는 생각이 들 즈음에야 꼬리물기가 끝이 나곤 한다. 매일을 이런 치열한 고민 속에서 살았던 천재들이 결국 미쳐버리고 말았던 이유가 아닐까 싶다. 깊은 생각은 대부분 우울감과 허무함을 남기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생각은 해답을 주지 않는다. 사실 해답같은건 없으니까 말이다.

생각하기 전에 그냥 초코케이크를 한입 가득 넣고 암냠냠하는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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