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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 술집 탐라포차+ 취객의 오징어게임 이야기

참잘했을까요? 2021. 10. 4.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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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모였다 하면 오징어게임 이야기다. 술먹고 하는 포스팅이다. 블로그 주소는 아무한테도 안알려줘야지.

난 기훈의 우승이 그저 순전히 운이었다고 생각했다. 처음 오징어게임을 보았을 때 기훈을 우유부단하고 나약한 사람이라 생각하며 사실 상우가 우승자가 아니냐고 신랄하게 깠다. 두번째 정주행을 끝내고 기훈이 왜 진짜 우승자인지에 대해 말하고 싶어졌다. 다른 이를 밟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 우승을 거머쥘 용기가 상우에게 있었을지 모르겠으나 다음 단계로 나아가지 않겠다, 우승하지 않겠다,라고 말하며 그만둘 용기는 기훈에게 있었다. 진짜 용감한 사람은 기훈일 것이다.


언제 행복한가, 하고 묻는다면 누군가와 함께 있는 풍경을 떠올린다. 가족, 친구, 연인. 모두 이름을 떠올리기만 해도 마음 한 켠이 따뜻해지는 말들. 왜 부자가 되고 싶으냐,고 묻는다면 가족들과 함께 맛있는 밥을 먹는 풍경이 떠오른다. 내가 커다란 성취를 하는 것보다 그런 나로 인해 소중한 사람들이 기뻐하는 것이 더 큰 행복인 내가 나의 본질이다. (결국 나는 작중 나오는 라캉의 욕망이론처럼 타자의 욕망을 욕망할 뿐인지도 모른다.)


잔뜩 취해 어리광을 피우며 품에 파고드는 그 순간이 하루의 가장 행복한 순간. 이렇듯 평화롭고 안락한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선 쉴새없이 물장구치는 오리처럼 치열하게 움직여야 한다는 점이 삶의 아이러니다.


결국 본질은 사람임을 삶에 치여 종종 잊는다. 비록 오징어게임에서 나약하게도 거짓말을 하기도 하고 오랜 동생에게 칼을 겨누기도 했지만 마지막 순간에 집에 가자,고 말하는 기훈이 얼마나 멋진가를 잊었던 것처럼 말이다.

이타적인 행동에 대해 때때로 회의적인 사람이지만, 사람은 수단이 아닌 목적이라는 말을 믿는다. 그게 결국 인간다움일 것이다. 흉흉한 세상이지만 그래도 인간다움을 잊지 않는다면 조금씩조금씩 더 살만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 너무 많은 실수와 어리석은 선택들을 해왔지만 오늘은 문득 그랬다. 좀더 나이든 나는 어제의 나보다 더 현명하길 간절히 바라는 날. 비록 누군가에게 매력적이지 못할지라도 타자의 욕망에 사로잡혀 내 본질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미 그런 시간들은 지겹게 많이 지나왔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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