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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어떤 음료가 가장 좋으냐고 물으면 단연코 민트다. 민트가 들어간 대부분의 음식을 좋아하는데, 아마 처음 맛본 카페 음료가 민트프라페였기 때문일 거다. 카페가 갑작스레 생겨나기 시작하던 때, 나는 용돈받고 학원다니며 학원 앞 500원짜리 피카츄가 가장 맛있는 간식거리였다. 때문에 카페 음료는 조금 비싸지만 시험이 끝나면 나를 위한 선물로 가서 사먹어 보리라 하는 음료였다. 하얀 크림을 잔뜩 올리고 초코칩을 뿌린 음료는 무척이나 예쁘고 맛있어 보였고, 미국 하이틴 영화에서 금발머리 주인공이 먹던 모습을 종종 보았던 터라 환상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으레 그렇듯 또래 친구들에게 쉽게 휩쓸리는 사춘기 소녀답게 시험기간 중에 나는 친구들과 함께 카페에 처음 방문하게 되었다. 여전히 소심하지만 당시에도 무척..
뭐든 잘 해내야할 것같은 서울 생활에 지칠 때는 꼭 시골에 계신 할머니 댁에 방문하곤 했다. 대청마루에 누워서 혹은 사랑방에 누워 밥을 먹고, 몸을 청결히 하고, 그 날의 간단한 할 일만 마치면 되었던 하루하루가 필요했다. 서울에서는 내일을 넘어서 일주일, 이주일, 내년, 내후년의 일까지 계획해야 마음이 편했고, 또 운이 좋았던 건지 혹은 나빴던 건지 나는 계획한 일들을 해내는 능력이 있었다. 그래서 언제나 계획하고 미래를 위해 현재를 미루는 일상은 당연했던 서울에서 나는 서서히 지쳐 갔던 셈이다. 하늘은 파랗고, 나무들이 빼곡히 서있고, 언제나 물이 흐르는 곳에서는 무엇이든 크게 변해버릴 것같지 않아서 마음이 편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저 할머니, 할아버지 품이 좋았던 것같기도 하다. 서울의 어른들은..
간만에 군자에 갈 일이 생겼다. 군자역에는 술집이 많은데, 점심에 가게 되었기 때문에 다른 장소를 물색해야 했다. 덮밥을 엄청 좋아하거나, 일본음식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최근 일본식 덮밥집이 늘어나고 있어서 자주 먹게 된다. 수요에 맞추어 공급이 되는 건 아닌 것같다. 나의 수요는 아무도 고려해주지 않는다. 공급에 맞추어 수요가 따라가는 이상한 느낌이 든다. 솔직히 말하자면 텐동이 뭔지 몰랐다. 텐동이 도대체 뭐야?라고 묻기엔 선택지가 부족했고, 뭐든 상관없었으므로 지인의 추천 목록에서 생각없이 골랐고, 메뉴를 보곤 조금 당황했다. 아나고(뭔지 몰랐는데 나중에 나오는걸 보니 장어인 듯하다.), 새우, 전복, 오징어, 단호박, 김 ?? 저 모든걸 올린 덮밥이라고 ? 끔찍히 비린 조합이라는 생각이 들었..
프라하에서 저렴한 마트로 손꼽히는 tesco는 바츨라프 광장을 가는 길에 위치한 커다란 대형마트이다. 구글지도에 tesco를 검색하면 여러 곳이 뜨는데 tesco my가 가장 크다. (아마도?) 홈플러스를 연상시키는 크기의 건물이 있는데 모든 층이 tesco인 것은 아니고 tesco는 지하에 위치해있다. Tesco근처에는 sisters bistro ve spalene라는 가게가 있는데 바게트 위에 참치 등등을 올려 판매한다. 가격도 저렴한 편이고 간단히 요기하기에 적당한 데다 맛도 있다. 이런 음식을 무어라 부르는지 잘 모르겠다. Tesco에서 꼭 샀으면 하는 것은 시리얼이다. 30코루나 정도 (1500원)로 구매할 수 있는 이 시리얼은 말린 과일과 귀리 등등이 들어있는데 양도 많고 맛있다!! 시리얼이 ..
코젤 다크 맥주집에 가 코젤 흑맥주를 먹곤 체코의 맥주가 얼마나 맛있는지 눈을 뜨게 되었다. 그다지 미각이 섬세한 편은 아니어서 맥주맛이 다 거기서 거기지 라는 생각이 있었으나 체코에서 그 생각이 모두 깨져버렸다. 한국에 다시 돌아와 생맥주를 먹으며 슬퍼하고 있는 지금 이 곳을 방문했던 것은 체코에서 정말 잘한 일 중 하나가 되었다. 프라하에는 맥주박물관이 있는데 맥주에 관한 박물관으로 관람 후에 4잔의 생맥주를 무료로 시음할 수 있다고 한다. 입장료가 200~300코루나 정도 였던 것같다. 원래는 이곳을 방문하려고 했지만 밤이 늦어 근처의 prague beer museum 이라는 상호명의 펍을 가게 되었다. 구글 지도에 prague beer museum을 검색하면 두군데가 나오는데 내가 방문한 곳은 까..
프라하에 오래 있다보니 한국음식이 그리워 졌다. 프라하에 있는 대표적인 한인마트는 굉장히 좋은 위치에 있어서 종종 가게 되었는데 근처에서 예쁜 케이크 가게를 발견했다. 한인마트에 대해 먼저 설명하자면 k-shop 이라는 이름으로 구글지도에서 손쉽게 발견할 수 있다. 다양한 품목들이 있는데 거의 없는 것이 없다. 무엇보다 쿠크다스가 무료 시식이다. 한인마트에서 구매한 목살과 라면, 김치, 햇반으로 해먹은 음식들. 김치볶음밥에 참기름이 필요했는데 참기름을 소량으로 판매하지 않아서 아까운 마음에 버터를 구매해서 기름대용으로 사용했다. 그런데 자주가던 가게에서 먹었던 맛이 나서 단골 가게의 레시피를 알게 되었다. 목살은 k-shop이 아니라 댄싱하우스(프라하 관광명소 중 하나인 건축물) 근처의 한인마트에서 찌개..
여행경비 계산을 잘못한 탓에 굶주린 여행이 되고 말았다. 꽤 오랫동안 먹는 양을 줄이다 보니 이젠 배고픔을 잊어갈 무렵 친구가 체코에 찾아 왔다. 친구는 나를 보자마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미묘한 표정을 지어보이는데 흡사 하회탈과 같은 표정이었다. 그때까진 인식하지 못했는데 살이 너무 빠졌다는 소리를 들었다. 한국에 돌아와 당시 사진을 보니 시시각각 살이 빠지고 있었다. 여행 경비를 적게 들고 해외에 혼자 여행가는 것은 어떻게 보면 효과적인 다이어트 비법인 것같다. 실제로 한국에 돌아온 지금도 아무리 먹어도 살이 찌지 않고 있다. 때문에 친구가 나를 보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은 음식을 먹이는 일이었다. 우선 굴뚝빵에 크림을 가득 올려 먹이더니 고기를 먹어야 한다고 했다. * 참 굴뚝빵은 꼭 크림을 넣..
프라하의 트램은 정류장의 간격이 좁아 도시의 어디든 원하는 곳을 갈 수 있다. 사실 구글지도를 이용하면 어디든 갈 수 없는 곳은 없다. 하지만 문제는 교통권. 교통시스템은 나라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나에겐 너무 어려웠다. 누군가 내게 이 어플을 추천해주었는데 아무래도 프라하에 맞춰진 교통어플인 것같았다. 우리가 한국에서 구글지도를 보고 길을 찾는 것이 아닌 것과 같은 느낌이다. 문득 스마트폰이 없었던 10여년 전, 그 때는 어떻게 다녔던 걸까 궁금해졌다. 이 어플은 나의 위치와 내가 가고 싶은 곳까지의 교통수단과 교통권을 모두 어플로 살 수 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나는 교통권 구매 수단을 등록하지 않고 출국해버렸고 자꾸만 한국 번호로 인증하라는 나의 카드가 먹통이 되어 이 어플을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